너희는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
"너희는 가만히 있어 내가 하나님 됨을 알지어다” (시편 46:10)
이 말씀은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고 즐겨 인용하는 성경 구절입니다. 바쁘게 꾸린 일상 으로 정신이 없이 사는 인생들에게 잠시 멈춰서서 가만히 삶을 들여다보아 우리의 일상 가운데 계신 하나님을 찾으라는 말씀으로 나는 이해합니다. 우리는 human being이지 human doing이 아님을, 따라서 삶은 to do가아니라 to be임을 이 말씀을 통해 늘 일깨움을 받습니다. 그런데 이 귀한 말씀이 세월호의 비극 이후로는 아픔이 되었습니다. 가만히 있으라는 안내 방송을 잘 따랐던 우리의 아이들이 한꺼번에 수장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가만히 있음이 내겐 생명의 길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죽음의 길 이었음이 연상되어 이 말씀을 묵상 하기가 여간 고통스럽지 않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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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호와께서는 상심한 자들을 고치시며 그들의 상처를 싸매시는도다” (시편 147:3)
사고와 구조의 경위도 의혹 투성이지만 자식을 앞세운 부모들이 요구하는 최소한의 것들 - 철저한 수사와 재발방지대책 - 조차 외면하는 정부의 대응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습니다. 맹자의 측은지심까지 거론할 필요도 없이, 새끼 송아지를 잃은 어미 소의 울음 조차도 무심히 대하지 않는 것이 인지상정이요 사람의 기본 도리임을 안다면 말입니다.
내가 믿는 하나님은 인간의 고통을 외면하시는 분이 아닙니다. 내가 믿는 하나님은 찢긴 마음을 치유하시고 그 상처를 어루만지시며 싸매주시는 분입니다. 하나님을 하나님되게 만드는 것은 사랑의 속성입니다. 전지전능한 능력으로 무소불위한 권세를 휘둘러 인간들에게 가한 고통을 즐기는 분이 하나님의 참 모습이라면, 인류 역사 속의 폭군들과 독재자들이 하나님과 가장 가까운 자들이었을 것입니다. 내가 믿는 예수는 그 권세 때문이 아니라 인간들의 죄와 허물을 대신하여 자신을 내어주신 그 사랑으로 인해 온전한 인간이시면서 (fully human) 동시에 온전한 하나님이 되셨습니다 (fully divine). 하나님의 하나님됨도 그리스도의 신성도 이 사랑의 속성에서 나옵니다.
이 사랑이야말로 우리로 온전한 인간이 되게하며 하나님의 거룩한 성품에 동참하게 해주는 것입니다. 보편적 인류애를 통해 하나님에 대한 우리의 사랑은 증명됩니다. 다시말해, 우리가 참으로 하나님을 사랑한다면 이는 인간에 대한 사랑으로 드러나게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Fully human 한 것이 fully divine 한 것입니다. 예수께서 그의 삶으로 가르쳐주신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인류애를 담보하지 못하는 어떤 사상이나 정치체제도, 심지어는 종교조차도 헛것이며 위험하기까지 합니다.
“너희는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 (로마서 12:15)
세월호 유가족들의 아픔에 동참하고 그들과 함께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임을 믿습니다. 나에게는 이 일이 정치적인 이슈가 아니라 철저히 신앙의 문제입니다. 정치적인 성향이 다르기 때문이 아니라, 옳지 못한 일이기에 선지자적인 목소리를 높이고자 하는 것입니다.
우는 자들로 더불어 함께 울라는 말씀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준엄한 명령으로 다가옵니다. 세월호의 아픔은 나의 생각과 신앙고백, 그리고 삶의 패턴에 이르기까지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우리의 아이들에게 가만히 있으라했던 자들이 이젠 우리들더러 가만히 있으라합니다. 그렇게 못하겠습니다. 아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습니다. 신앙 양심이 허락질 않습니다.
벌써 언제적 얘긴데 아직도 세월호 타령이냐합니다. 그 희생자가 나의 자녀라도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요? 자신에게 묻습니다. 변한 것은 하나도 없는데, 상처의 치유는 커녕 더 커져만 가는데, 도대체 언제까지 함께 울고자 하는가? 스스로에게 대답합니다. 유족들의 슬픔이 끝날 때까지. 우리는 충분히 울지 못하였습니다.
아내와 함께 하버드 스퀘어에서 회개하는 마음으로 우는 자와 함께 울라는 말씀의 팻말을 든지 여러 달입니다. 한국인 미국인 가릴 것 없이 오가는 많은 분들이 함께 걱정해주며 함께 손을 맞잡고 기도합니다. 가족 여행 중에 힘이 되어 주신 분들, 쌀쌀했던 지난 주일 저녁 핫쵸코 건네주고 가신 자매님, 역부러 찾아와 격려해준 지인들과 교회 식구들, 그리고 기도로 함께 해주시는 모든 분들을 감사한 마음으로 기억합니다. 사랑으로 보살피고, 아프고 힘들 때 함께 있어줌으로 서로에게 형제자매가 되는 곳, 그곳에서 나는 하나님의 나라를 발견합니다. 매주 주일 오후 6시에 함께 울 분들을 기다립니다.
- 안신형목사